작년 한해,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을 감당해내느라 책 한 권도 제대로 정독하지 못했을 정도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겨우 2011년 12월 마지막 주, 겨울 휴가때에야 제대로 꽂혀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활자에 너무 목말랐던지, 글자 하나 하나가 얼마나 달콤하고 문장 한 구절 한 구절이 어찌나 가슴에 와 닿는지......
해가 바뀐 2012년! 손에서 책을 놓치 못하고 있다.
"매일 책 한 권씩 사서 읽으면 일년에 돈이 얼마나 드노?"
뜬금없는 내 질문에 F왈 " 500만원 정도?"
일년에 500만원이면, 이 충만함을 쭉~느낄수 있단 말인가! 생각만 해도 행복한데, 나 자신에게 이 큰 돈을 투자할 용기가 아직 안 생기니...서점에서 불편하게 쭉~ 읽을 수 밖에...
2012년 2월말이면 방과후 학교를 운영한 지 딱 2년이 된다. 작년 가을부터 고민에 고민을 거급한 끝에, 올해는 맞벌이 자녀 프로그램을 폐지하기로 결정하였다. 2명으로 시작한 재원생이 11명으로 늘었고, 2012년 대기자도 여럿 있었으니 잘 나가는 프로그램을 없앤다는 것은 누가 봐도 어리석은 일이다. 무엇보다 월급쟁이로는 만져 볼 수 없는 큰 돈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결정인가하는 의문이 발목을 잡았다.
2년 동안 엄청난 육체적, 정신적 노동으로 인한 누적된 피로감! 준후가 3학년이 되면서, 좀더 준후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으로 방과후 학교를 채우고 싶은 욕심! 2년 동안 전공을 등한시했더니 바보가 된 듯한 공허함!
무엇보다 더이상 가슴이 뛰지 않는다는 것! 더는 행복하지 않다는 것!
이런저런 핑계로 2월말이면 그동안의 시스템과는 이별하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새롭게 구상한 교육 프로그램을 조금씩 선보이고 있는데 미약하지만 벌써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불안하지만 가슴이 마구 설렌다! 쪽박을 찰 수 있겠지만, 이 순간 행복하다!
2년전 구멍가게를 시작할 때도 다들 하지말라고 난리더니만, 접는다고 하니 또 다들 난리들이다. 공공의 적들이 어찌나 많은지...돈이 다가 아니더라는 진리를 깨달았다고 하면 너무 배부른 소리인가!
여튼 등 따시고 배 불러 새로운 일에 몸과 마음을 불 싸지르기로 했다~ 어쩔껴? 호호
작년 12월 겨우 내 문제 하나 해결해 놓으니, F가 자기 진로 문제를 꺼내 놓았다. 전공과 분야가 다르니 충고는 커녕 내 의견을 말하지 못할 정도로 무식하다는 점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벤처 창업한 사람과 결혼한 자체가 벤처이던 시절! 그 시절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뭔가 가슴 뛰게 했던...그래 F에게는 열정이 있었던 것 같고, 나는 그것을 감내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런 것들이 희미해 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지난 두 달...F와 나눈 수많은 대화...잠들지 못했던 수많은 밤들...
심각한 말들이 오가면서도 때로는 " 하~ 우리 유산 있었으면 이런저런 고민 안 하고 둘다 일 안하고 탱자탱자 잘 놀낀데...그쟈?" 이런 쓸데없는 소리를 해가며 웃기도 했다. 그래도 공부시켜 주신 부모님 덕에 요만큼이라도 벌어 먹고 살고 있으니 감사하자고 결론을 나름 반듯하게 내리면서...호호
이제 F가 일터의 갈림길에 섰다.
옳고 그름의 시대도 마감한 마당에, 좋은 직장의 기준이 있을리 만무하다. 모든 것은 F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고...재차 물으면서 결정할 수 밖에 없다. 주변에 혜안을 가진 선후배가 있으면 더욱 좋고!
F가 가는 길이 가시밭길이면 어떠랴!
그래도 F가 선택권을 가지고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고민인가? 일터에서 밀려난 사람들, 제대로 된 일터를 가져 보지도 못한 푸르른 청춘들, 당장 생계가 고민인 가장들...
그러니 F는 행복한 사람이다. 이 말이 위로가 될라나?
12년간 미운 정 고운 정 쌓인 일터와 헤어질라 하는 사람에게... 근데 내가 더 12년이라는 세월이 아쉽고 안타까운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내가 그 일터를 짝사랑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내 감정이 더 의심 스럽다.
F야~ 어떤 결정을 내리던...돈 때문에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상하게 돈이 목표가 되면 쉽게 피로해 지고 삶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기 시작하더라. 우리가 좋아하는 문재인 아저씨는 어려울 때는 원칙에 입각해 가는 것이 가장 정답이고, 그것이 지나고 보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했잖아. F가 가진 원칙은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 봤으면 해~ 난 12년 전 회사 얘기로 설레며 얘기하느라 잠들지 못하던 너의 모습이 그리울 따름이야..푸르던 청춘이라 시린 줄 몰랐던 그 시절이 그립다. 정말로~. 너의 질문에 그럴 듯한 답변을 못해 주지만, 너는 언제나 처럼 선한 결정을 내릴 거야. 언제나처럼 걱정 안 한다.
2012년 우리 모두 기로에 서다.
두 차례 큰 선거를 치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요동치고 허리가 뻐근해진다.
이때를 놓쳐서는 절대 안 된다.
우리들의 진로와 국가의 운명...나란히 기로에 서 있네. 헉~
다~ 잘 될끼다. 또 안 되면 어떻노? 다시 시작하면 되지...
'가난한 사람은 독서로 부자가 되고, 부자는 독서로 귀하게 된다'-왕안석
2012년 열심히 독서를 해 보고 부자가 되고 귀하게 되는지 실험해 봐야지. 히히